기후 변화와 도시화 속에서 변모하는 한국의 사계절

2024.08.27

한국의 기후 변화는 전 지구적 온난화와 도시화의 두 가지 주요 요인이 맞물려 가속화되고 있다. 조천호 전 국립 기상과학원장의 분석에 따르면, 최근 한국의 열대야 발생 일수는 평년에 비해 약 3배 증가했고, 서울은 이미 29일을 넘어섰다. 

 

이는 2024년 여름에 국한된 예외적 현상이 아니라, 앞으로도 지속될 기온 상승의 시작에 불과하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의 구조와 삶의 방식에 중대한 도전을 제기하고 있다. 한국의 기온 상승은 전 세계 평균보다 약 3배나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으며, 그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도시화와 이에 따른 열섬 현상이 지목된다. 도시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많은 지역이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뒤덮였고, 이러한 인공 재료는 높은 열 흡수율과 열 보유 특성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의 아스팔트 지면 온도는 여름 한낮에 최대 48도까지 상승하는 것으로 관측되었다. 이렇듯 낮 동안 축적된 열이 밤에도 방출되지 않고 잔존하면서, 도심의 기온을 높여 열대야 발생 빈도를 높이고 있다.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는 열 용량이 크고, 낮 동안 흡수한 열을 밤에도 방출하지 않아 도심의 기온을 유지시키는 특성을 가진다. 이는 열역학적으로 표면에서의 열 방출이 원활하지 않아 열이 축적되는 현상으로 설명될 수 있다. 

 

열섬 현상은 이러한 열 축적이 반복되면서 도시 내 온도를 크게 높이는 역할을 한다. 낮에는 태양 복사 에너지가 인공 구조물에 의해 흡수되고, 밤에는 열 방출이 부족하여 도심 기온이 충분히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열대야가 발생하게 된다. 한편, 열섬 현상을 완화할 수 있는 자연적 요소인 숲과 녹지는 기온을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나무와 초목은 증발산(evapotranspiration) 과정을 통해 열을 방출하여 주변 공기의 온도를 낮춘다. 이와 같은 자연적인 냉각 효과 덕분에 녹지가 풍부한 도시는 상대적으로 더 완만한 온도 상승을 경험한다. 증발산은 식물의 잎을 통해 물이 증발하며 주변의 열을 흡수하는 과정으로, 이는 대기 중의 수증기를 줄이고 온도를 낮추는 효과를 가진다. 그러나 한국의 많은 도시는 녹지 공간이 부족하고, 건물과 도로 등 인공 구조물로 가득 차 있어 열 분산 효과가 매우 제한적이다. 이로 인해 여름철 도시는 더욱 뜨거운 환경으로 변모하고 있으며, 이는 시민들의 삶의 질과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립기상과학원에서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서울과 같은 대도시의 기온은 주변 시골 지역보다 평균 1~3도 정도 높으며, 열대야 발생 일수도 이에 비례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도시 내에서 인구 밀도가 높은 지역일수록 더 심각하게 나타나며, 이러한 열섬 현상은 인프라와 에너지 소비에도 큰 부담을 준다. 올해 여름 한국을 강타한 극심한 더위는 북태평양 고기압과 티벳 고기압이 동시에 영향을 미치면서 발생한 압축된 대기 상태의 결과였다. 이러한 기후 패턴은 앞으로도 빈번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으며, 그에 따라 예상치 못한 폭염이 자주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 기상청의 발표에 따르면, 북태평양 고기압의 확장은 기후 변화로 인해 더욱 강력해지고 있으며, 이는 한반도 전역의 여름 기온 상승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특히 높은 습도와 결합된 고온 현상은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습도와 기온이 동시에 높아지면, 체온을 외부로 방출하는 효율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습도가 100%에 달할 때 습구온도(Wet-bulb temperature)가 35도에 이르면 체내의 열 발산이 불가능해져 인간의 체온이 급격히 상승하며, 단 몇 시간 내에도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 습구온도는 대기 중의 수분이 얼마나 증발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며, 습도가 높으면 증발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아 체온이 조절되지 않는다. 이러한 극한 환경 조건은 현재 파키스탄과 인도 일부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앞으로 한국에서도 이와 유사한 기온과 습도의 조합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체온 조절은 주로 땀의 증발에 의해 이루어진다. 그러나 대기 중 습도가 높으면 땀의 증발이 어려워지며, 이에 따라 체온이 상승하고 열사병 등의 위험이 증가한다. 이는 인체의 체온 조절 메커니즘이 습한 환경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으로, 특히 노약자와 야외 노동자에게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여름 서울의 평균 기온은 30도를 초과했고, 열대야 현상 역시 기록적인 수치를 보였다. 

 

이는 기후 변화로 인한 기압 배치의 변화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극한 기후 조건은 노약자와 야외 노동자 등 기후 취약 계층에게 특히 위험하며,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 지난 100년간 한국의 계절 변화는 매우 뚜렷하게 나타났다. 기상청 통계에 따르면, 겨울은 약 한 달 정도 짧아졌고 여름은 한 달 정도 길어졌다. 이러한 계절의 변화는 봄과 가을의 시작과 종료 시기를 변화시켰으며, 이에 따라 봄과 가을의 길이가 불균형해졌다. 예를 들어, 봄은 빨리 시작했다가 급격히 끝나는 양상을 보이며, 가을은 늦게 시작하면서도 짧게 지속되는 경향을 나타낸다. 이는 한국인들이 전통적으로 느껴오던 사계절의 뚜렷한 경계를 점차 흐리게 만들고 있다. 기후 변화 시나리오에 따르면, 이번 세기 중반이 되면 폭염 발생 일수는 현재의 2배, 열대야는 5배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립기상과학원의 기후 모델링 연구 결과, 서울과 같은 대도시의 열대야 발생 일수는 2080년대에 이르면 연평균 40일을 초과할 수 있다. 반면, 겨울철의 극단적인 추위는 다소 완화되겠지만, 한파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우리가 겨울철 한파 대비는 여전히 필요하지만, 여름철 폭염에 대한 대비 역시 더욱 강화해야 함을 의미한다. 

 

기후 변화와 도시화의 교차점에서, 우리의 생활 방식과 도시 구조는 커다란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먼저, 도심 내 녹지 공간 확대와 자연적인 열 완화 요소를 도입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서울시는 최근 도시 내 녹지 공간을 확장하고자 하는 여러 정책을 추진 중이며, 이와 같은 노력은 도시 열섬 현상을 줄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건물 외피의 단열 성능을 높이고, 친환경적인 건축 재료를 사용하는 것도 중요한 대응 방안이 될 수 있다. 기후 변화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이미 우리 눈앞에 닥친 현실이며, 우리의 생활과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 사회는 이러한 변화를 직시하고, 도시 설계와 생활 방식을 전환하여 미래 세대를 위한 지속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는 단지 정책 입안자와 전문가들만의 과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공동의 책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