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설계의 복잡성: 기계적 접근의 한계를 넘어서

2024.09.04

건축설계는 자판기가 아니다.!! 

 

자판기를 떠올려보자. 동전을 넣고 원하는 음료나 스낵 버튼을 누르면, 기계는 정확히 그에 맞는 제품을 내놓는다. 빠르고, 예상 가능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건축설계는 이와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비근한 예로 리모델링 프로젝트에서 계획안에 대한 논의가 끝난 후 발주처가 다음주면 도면이 다 나오는 거죠?”라는 질문을 했을 때, 건축설계의 창조 과정이 얼마나 즉각적인 결과를 기대하기 쉬운 시각에 치우치기 쉬운지를 보여준다. 이는 건축설계의 복잡함과 깊이를 이해하지 못한 아쉬운 표현일 수 있다.

 

건축설계는 예술과 과학이 만나는 복잡한 과정이다. 건축가는 다양한 요소들을 조합해 새로운 공간을 창조하며, 클라이언트의 요구, 환경적 조건, 예산, 법규 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아름다움과 기능성을 만족시켜야 한다. 자판기처럼 버튼 하나로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클라이언트가 현대적이면서도 따뜻한 느낌의 집을 원한다고 하자. 자판기라면 현대적버튼과 따뜻한 느낌버튼을 동시에 눌러 끝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건축가는 이 추상적인 요구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 많은 고민과 선택을 해야 한다. 재료의 선택, 색상의 조합, 빛의 활용, 공간의 배치 등 모든 요소가 조화를 이루어야만 한다.

 

또한, 건축설계는 소통과 협업이 중요한 과정이다. 건축가는 클라이언트와의 대화를 통해 그들의 진짜 바람을 이해하고, 그것을 설계에 반영한다. 때로는 클라이언트가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감정이나 추억까지도 설계에 녹여내기도 한다. 이는 기계적인 방법으로는 이룰 수 없는 작업이다.

 

건축설계는 각 공정별 기계, 전기, 소방, 통신, 토목 등 다방면의 검토를 거쳐 도면이 완성된다. 초기 스케치부터 최종 도면까지, 수많은 수정과 보완이 이루어지며, 이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발생할 수도 있다. 자판기에서는 겪을 수 없는 일이지만, 이러한 과정을 통해 건축물은 점점 더 완성도 높은 형태로 다듬어진다.

 

 

 

결국, 건축설계는 자판기처럼 간단하고 기계적인 과정이 아니다. 오히려 창의적이고 인간적인 과정이며, 그 복잡함 속에서 진정한 건축의 아름다움과 거주자의 쾌적한 환경이 탄생한다. 건축설계의 진정한 가치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는 깊이와 정교함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