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턴의 조망과 피신 이론은 인간이 본능적으로 안정감을 느끼는 공간의 구조를 설명한다. 치유의집의 담장은 이 이론을 충실히 반영한 건축적 장치로, 단순히 외부와 내부를 구분하는 경계의 역할을 넘어, 심리적 안정감을 극대화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담장은 적절한 높이로 설계되어, 툇마루에 서 있을 때 외부 상황을 충분히 살필 수 있다. 외부를 관찰할 수 있는 조망의 기능을 제공하면서도, 동시에 자신이 안전하게 보호받고 있다는 심리적 안정을 느끼게 한다.
이러한 공간적 구성은 인간의 심리적 요구를 정교하게 반영한 것이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조망과 피신이 조화된 공간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찾는다. 예를 들어, 넓은 광장에서 사람들이 중앙보다는 주변의 건물 가까이에 모여 있는 것은, 광장의 중앙은 시야가 넓지만 피신할 곳이 없어 불안감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반면 주변의 건물이나 회랑은 피신처 역할을 하면서도 시야를 확보해 주어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한다.
치유의집 담장은 이러한 원리가 그대로 적용된 공간이다. 담장의 높이는 툇마루에 서 있을 때 외부의 상황을 살피면서도 내부에서는 안전하게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어,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를 만든다. 이는 방문객들이 공간 안에서 자신을 완전히 보호받고 있다는 감각을 느끼는 동시에 외부와의 단절감을 줄이고자 한 설계적 배려다. 이러한 미묘한 심리적 안정감이야말로 공간이 제공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가치다.
치유의집의 담장은 단순히 외부와 내부를 구분하는 경계가 아니라, 인간의 본능적 요구를 반영해 설계된,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공간이다. 조망과 피신이 적절히 균형을 이루는 이 공간은 사람들에게 무의식적으로 안정감을 제공하며, 공간이 주는 심리적 치유와 편안함을 극대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