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형님 의 숙원 사업 에피소드 01

건축의 오만, 20년 후의 대가
2025.01.10

이 집은 아는 형님의 건축사 누님집이다.
자신의 어머니 같은 존재의 집을 설계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었을 것이다. 가족의 삶을 담아내는 공간을 계획하며, 각 공간의 특성을 파악하고 재료를 통해 그들의 안전과 행복을 품을 수 있는 집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그야말로 건축가로서의 모든 역량과 애정을 쏟아야 하는 일이었을 것이다. 더군다나 이러한 프로젝트는 잘해도 인정받기 어렵고, 실패하면 오히려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큰, 부담스러운 도전이었을 것이다.

2002년 준공 당시 이 집을 처음 방문했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공간 구성의 시원스러움이었다.
두 개 층이 오픈된 응접실과 식당, 그리고 2층의 가족실에서 각 방으로 연결되는 복도가 조화를 이루며 가족의 생활 흐름을 자연스럽게 연결했다.

특히 지하에 위치한 썬큰과 연결된 다목적 공간은 지하임에도 불구하고 햇볕이 깊숙이 스며드는 공간 연출로 마치 지상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이는 건축가가 공간을 빛과 자연으로 채우고자 했던 섬세한 의도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독립적으로 분리된 거실에서는 방향별로 펼쳐지는 뷰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동쪽으로는 진입로가 자리하고, 남쪽으로는 마당, 북쪽으로는 냇물, 서쪽으로는 주변의 산세가 어우러졌다.
거실 모서리에는 벽난로를 배치해 겨울철 따뜻함을 더한 공간으로 계획되었으며, 이러한 배치는 주변 맥락에 맞춘 시퀀스를 연출하려는 건축가의 깊은 고민이 엿보였다.

 

복도를 따라 이동할 때마다 다채로운 시각적 자극을 경험할 수 있도록 작은 창, 수직 동선의 변화, 발코니 등 다양한 공간적 장치를 활용한 연출 또한 눈길을 끌었다. 마스터룸에서는 모서리 창을 통해 시야를 다각화하려는 섬세한 노력이 돋보였다.

외관은 당시 유행이었던 드라이비트(외단열 미장 마감)로 마감되었으며, 수직 동선이 포함된 계단실 외부는 인조석으로 포인트를 주어 단조로움을 탈피했다. 이는 재료 선택에서도 공간의 위계를 표현하려는 시도를 보여주는 디자인 요소였다.

 

건축사형님은  이 집을 통해 단순한 주거 공간을 넘어, 가족의 이야기를 품고 삶의 여정을 담아낼 수 있는 집을 완성하고자 했던 것이다. 이 집은 기능적인 완성도뿐만 아니라, 공간적 감성과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통해 '살아있는 집'을 실현한 좋은 사례라 할 수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