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과정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 중 하나가 “설계된 대로 시공된다”는 것이다. 이 말은 듣기에 이상적이고 간단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진실과 거리가 멀다. 설계된 대로 시공된다는 보장은 결코 스스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도면이 아무리 정밀하게 작성되더라도, 설계의도가 완벽히 반영된 결과물을 얻으려면 설계자와 시공자의 긴밀한 협력과 감독이 필수적이다.
왼쪽의 도면과 시공 사진을 보자. 이는 열교에 대한 이해 없이 그려진 도면과 이를 바탕으로 시공된 결과물이다. 도면대로 시공되었을지 몰라도, 이 도면이 이미 열교라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었기 때문에 결과물은 결코 건전한 건축물이 될 수 없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완성된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결로, 곰팡이, 단열 저하 등 실질적인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도면이 잘못되었다면, 시공자는 그것을 바로잡을 수 없고 결과물 역시 근본적인 결함을 피할 수 없다.
반대로 오른쪽 도면과 시공 사진은 필자가 작성한 도면에 따라 시공된 모습이다. 열교 문제를 철저히 고려해 설계된 도면은 시공자가 이를 충실히 따라 작업할 수 있도록 명확한 기준을 제공했다. 이처럼, 설계자는 단순히 시공자가 참고할 자료를 제공하는 역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도면에 실질적 문제 해결 방안을 담아내야 한다.
도면대로 시공된다는 말은 설계가 완벽할 때만 가능하다. 설계가 부실하거나 열교와 같은 필수적인 문제를 간과한 도면은, 아무리 시공자가 도면에 충실하려 해도 결과적으로 하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는 설계가 시공의 최종 결과물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결국, 건축에서 “도면대로 시공된다”는 말은 단순한 약속이 아니라, 설계자의 책임과 실력을 의미한다. 설계는 이상적인 건축물의 출발점이며, 도면이 곧 결과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설계자는 감리를 통해 설계 의도가 끝까지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
시공자가 스스로 알아서 문제를 해결하리라는 기대는 위험하다. 설계자는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아니라, 건축물의 완성도를 결정짓는 시작점이다. 설계된 대로 시공된다는 것은 설계자가 열교와 같은 실질적 문제를 해결한 도면을 제공했을 때만 가능한 일이다. 설계와 시공은 분리된 과정이 아니라, 서로를 보완하며 이상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긴밀한 협력의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