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지붕은 애초에 방수 문제를 피할 수 없는 구조다. 비가 내리면 물이 빠져나가야 하지만, 설계 단계에서 아무리 미세한 경사를 준다 해도 시간이 지나면서 배수구가 막히거나 방수층이 손상되면서 물이 고인다. 이러한 고인 물은 방수층을 서서히 약화시키고, 미세한 균열을 통해 내부로 스며들어 건물 전체를 갉아먹는다. 처음에는 단순한 얼룩으로 시작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벽체가 눅눅해지고 곰팡이가 피며, 결국 건물 구조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작은 문제가 아니라, 지속적인 유지보수를 하지 않으면 결국 큰 수리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는 것이다.
방수층을 만들기 위해 시중에서는 다양한 재료가 사용되지만, 이들 대부분은 자외선과 온도 변화에 취약하다는 근본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어 지속적인 관리가 필수적이다. 현재 평지붕 방수 방식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것은 폴리우레탄 방수다. 이는 액체 상태의 우레탄을 도포하여 방수층을 형성하는 방식으로, 신축성이 뛰어나고 복잡한 형상의 옥상에도 적용할 수 있어 범용적으로 사용된다. 하지만 장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자외선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점차 경화되어 탄성을 잃게 되고, 미세한 균열이 발생하면서 방수층이 갈라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상부에 보호 도장을 하거나 추가 방수층을 덧씌우는 방식으로 유지보수를 하게 되지만, 이는 또 다른 비용과 공사 부담으로 이어진다.
방수의 문제는 단순히 방수재료의 선택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애초에 평지붕이라는 구조 자체가 문제를 내포하고 있으며, 여러 가지 구조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방수층을 무력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첫 번째 문제는 콘크리트 구배(배수 경사)의 오류로 인해 물이 고이는 현상이다. 평지붕이라고 해도 완전히 평평한 것이 아니라 미세한 경사를 주어 물이 자연스럽게 배수구로 흘러가도록 설계해야 한다. 하지만 경사를 제대로 잡지 않거나, 시간이 지나면서 구조체가 변형되면 특정 지점에 물이 고이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렇게 형성된 고인 물은 볼록렌즈 효과를 일으켜 특정 부분에 열이 집중되며, 국부적으로 온도 변화가 심해지면서 균열을 유발한다. 여기에 미세 균열이 발생하면 물이 조금씩 스며들고, 콘크리트 내부의 철근이 녹슬면서 건물의 구조적인 강도가 저하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두 번째 문제는 파라펫(옥상 난간벽) 부위의 단열 처리 방식이다. 평지붕에서는 방수뿐만 아니라 단열도 중요한 요소인데, 많은 건물에서 파라펫 부위의 단열재가 콘크리트 내부로만 적용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사진 속 건물의 단열 구조 또한 대부분 이러한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일반적으로 일체형 타설을 위해 단열재를 하부에 배치하고 그 위에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구조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콘크리트가 외부에서 직접 열을 받게 되는 문제를 발생시킨다.
여름철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면, 단열재가 없는 파라펫 부분의 콘크리트는 급격한 열팽창을 일으키고, 팽창된 콘크리트는 파라펫을 바깥으로 밀어내게 된다. 이렇게 작은 밀림이 반복되면 결국 파라펫의 모서리 부분에서 크랙(균열)이 발생하게 되고, 여기에 방수층이 붙어 있다면 균열을 따라 방수층이 찢어지거나 들뜨게 된다. 결국 방수층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고, 반복되는 온도 변화 속에서 균열은 더욱 확대된다.
세 번째 문제는 수증기 증발로 인한 방수층의 부풀음이다. 준공 직후 콘크리트는 상당량의 수분을 포함하고 있으며, 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증발된다. 콘크리트, 방통(바닥 미장층), 미장 마감 등은 모두 수경성 재료로, 시공 과정에서 많은 물이 사용된다. 하지만 콘크리트 내부의 수분이 완전히 빠져나가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패시브 건축협회에 따르면, 콘크리트 내부의 수분이 모두 증발하는 데에는 약 2년 정도가 소요된다고 한다.
문제는 방수층이 유기질 재료로 덮여 있어 수증기가 쉽게 빠져나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결국 콘크리트 내부의 수증기가 점차 축적되다가 방수층을 밀어 올리는 현상이 발생하고, 방수층이 부풀어 오르거나 들뜨면서 손상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탈기반(수증기 배출 장치)을 설치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단순한 응급조치일 뿐이며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한다.
결국 이러한 문제들이 하나둘 누적되면서 방수층을 여러 번 보수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유지보수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처음에는 미미한 보수 공사로 해결될 것 같던 문제들이, 몇 년이 지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상태로 확대된다.
사진 속 건물처럼 결국 사람들은 궁여지책으로 경사지붕을 덧대는 선택을 하게 된다. 이는 단순한 개조가 아니라, 애초에 평지붕이 실패한 설계였음을 증명하는 과정이다. 경사지붕은 처음부터 계획된 것이 아니라, 평지붕이 구조적으로 한계를 드러내고 유지보수 비용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을 때, 뒤늦게 추가된 해결책인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추가 비용과 시공상의 문제는 고스란히 건축주가 감당해야 하며, 평지붕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애초에 이러한 문제를 겪을 필요조차 없었을 것이다.
한때 평지붕은 모던한 디자인을 이유로 선호되었지만, 현실에서는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유지보수가 어렵고,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문제가 발생하는 구조적인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평지붕을 선택한 건물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둘 경사지붕을 덧대는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개선이 아니라, 평지붕이 애초에 실패한 선택이었음을 증명하는 과정이다. 처음부터 경사지붕을 선택했더라면 피할 수 있었던 문제들, 결국 건축주는 뒤늦게라도 다시 본래의 방식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