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교차로, 서울역에서

2025.03.02

서울역 앞에 서면 묘한 감각이 든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한 공간에 공존하는 기이한 장소. 손때 묻은 붉은 벽돌과 푸른빛을 띤 녹색 돔을 지닌 구서울역은 한 세기를 넘는 시간을 품고 있다. 그 곁에는 유리와 금속으로 이루어진 신서울역이 우뚝 서 있다. 같은 이름을 가졌지만, 이 두 공간은 전혀 다른 시대를 살아왔다.

구서울역의 돔을 바라보면 1925년 개장 당시의 풍경이 떠오른다. 일제강점기, 해방, 한국전쟁, 그리고 산업화까지—서울역은 한국 현대사의 굴곡을 지켜보며 묵묵히 그 자리를 지켰다. 그 시절, 이곳은 단순한 기차역이 아니라 수많은 이들의 희망과 이별, 환희와 절망이 뒤섞인 공간이었다.

그러나 세월은 흐르고 시대는 바뀌었다. 한국이 고속철도의 시대에 접어들며, 서울역도 변화를 맞이했다. 2004년, 유리와 철골로 이루어진 신서울역이 완공되었다. 투명한 유리벽과 곡선형의 현대적 디자인은 효율성과 속도를 강조하며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신서울역은 KTX의 출발점이자, 빠르게 움직이는 현대인의 발걸음을 담아내는 공간이다.

이 두 개의 건축은 서로 다른 시대의 상징이지만, 단절된 것이 아니라 공존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구서울역이 세월의 무게를 간직한 채 문화역서울284로 재탄생했다면, 신서울역은 그 옆에서 활발히 사람들을 맞이하며 도시의 현재를 보여준다. 과거는 박제된 것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으로 숨 쉬고 있고, 현재는 과거 위에 쌓이며 또 다른 미래를 향해 간다.

서울역의 공간 속에 서 있으면, 우리는 시간의 경계를 마주하게 된다. 천천히 흐르는 과거와 빠르게 움직이는 현재가 맞닿은 자리. 이곳에서 우리는 한 시대를 돌아보며, 또 다른 시대를 향해 걸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