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도문화센터 2층 창가에 자리를 잡고 앉으면, 유리창 너머로 마석이 내려다보인다. 이 풍경을 바라보며 내 작은 수첩을 펴들고 펜을 잡는다. 어느덧 익숙해진 나의 수요일 오후. 발레를 배우는 딸이 수업을 마칠 때까지의 짧은 기다림 속에서 나는 늘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마을을 그린다.
이곳에 오기 전, 마석은 그저 무채색의 낯선 이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내 그림 속 작은 선 하나, 나무 하나에도 따스한 기억과 애정이 담겨있다. 딸의 발레복이 흔들리는 모습을 바라보며 시작된 마석의 오후는 연필이 종이 위를 움직일 때마다 점점 더 생생한 모습으로 내 앞에 펼쳐진다.
고개를 들면 고층 아파트들이 빼곡하게 서 있다. 처음엔 무심코 바라보던 그 아파트 숲도, 이제는 익숙한 이웃처럼 편안한 모습이다. 길게 뻗은 그림자 아래, 낮은 건물과 작은 주차장에 드리운 한낮의 풍경이 고요하게 펼쳐져 있다. 그 풍경을 따라 펜 끝을 천천히 움직이면 마을의 이야기가 내게 말을 건다. 이곳에서 만난 이웃들, 함께 나누었던 짧은 대화들, 그리고 딸과 손잡고 걸었던 수많은 산책길까지, 내 작은 그림 한 장 속에 마을 전체의 온기가 담긴다.
화도문화센터의 발레 교실에서 흘러나오는 잔잔한 음악이 멀리 들려온다. 이 곡이 끝나면 딸은 문을 열고 뛰어나올 것이다. 그리고 나는 펜을 내려놓고 딸을 맞이하러 계단을 내려갈 것이다. 그러니 지금, 이 풍경을 바라보는 이 짧은 순간이 마냥 소중하고 고맙기만 하다.
딸의 발걸음 소리가 가까워지는 동안, 나는 수첩을 덮고 창밖의 마석을 다시 바라본다. 우리의 일상이 차곡차곡 쌓이는 곳, 마석의 오후는 그렇게 오늘도 내 마음속에 조용히 새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