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리힐리의 풍경을 스케치로 남겼다.
예전 같았으면 골프장에 오면 먼저 스윙을 생각했을 텐데, 이제는 이상하게도 공보다 주변의 풍경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한때는 티칭프로에 도전해보겠다고 마음먹은 적도 있었다.
매일 새벽 스크린골프장에 나가 공을 쳤고, 몸에 스윙을 새기듯 반복했다. 그때는 잘 치고 싶다는 마음이 분명했고, 조금씩 나아지는 감각도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 노력들이 멀게 느껴진다. 지금의 나는 골프가 예전만큼 재미있지 않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 것인지, 마음이 먼저 식은 것인지, 아니면 공이 잘 맞지 않으니 무기력하다는 말로 스스로를 감싸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어쩌면 무기력은 몸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내가 나에게 던지는 말에서 먼저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함께 라운딩하는 사람들에게 민폐는 끼치지 않으려 애쓴다.
골프가 즐겁지 않은 날에도, 내 기분이 팀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도록 조심한다. 공 하나가 뜻대로 가지 않아도, 사람 사이의 예의만큼은 흔들리지 않으려 한다.
이날도 스코어보다 마음이 먼저 무너지는 순간들이 있었다.
하지만 고개를 들면 웰리힐리의 풍경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능선과 나무, 멀리 보이는 건물의 실루엣, 조용히 이어지는 길. 공은 마음처럼 가지 않았지만, 풍경은 마음을 붙잡아주었다.
그래서 스케치를 했다.
잘 맞지 않는 공 대신, 눈앞의 장면을 종이에 남겼다.
골프의 즐거움은 조금 희미해졌지만, 바라보는 일과 그리는 일은 아직 내 안에 남아 있다.
어쩌면 오늘의 스케치는 골프에 대한 기록이 아니라, 나이가 들어가며 달라지는 마음에 대한 기록이다.
한때 뜨거웠던 열정이 무색해지는 순간에도, 주변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면 아직 괜찮은 것 아닐까.
웰리힐리의 어느 날.
공은 뜻대로 맞지 않았지만, 풍경은 오래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