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와 함께 인라인 스케이트 대회를 향해
달리던 어느 날이었다.
구름이 잔뜩 낀 하늘 아래,
강변북로를 따라 차를 몰며 대회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던
차 안의 분위기가 갑자기
딸아이의 다급한 한마디로 깨졌다.
"엄마! 나 화장실에 정말 급해!"
도심 한복판에서 이런 말을 들었을 때의
당황스러움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주변에 마땅히 차를 세울 곳이
보이지 않았지만,
다행히 강변역 근처에 작은 공간을
발견해 급히 차를 멈췄다.
딸아이는 재빨리 화장실로 뛰어갔고,
나는 차 안에서 기다리며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그때 뒤를 돌아보니 평소에는
무심코 지나쳤을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고층 아파트가 다리 아래로 이어지는
도로를 감싸고 있었고,
그 위를 가로지르는 철교가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구름이 잔뜩 낀 하늘은 약간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를 자아냈지만,
그런 날씨 특유의 고요함이 느껴졌다.
이 풍경을 놓칠 수 없다는 생각에 사진을 찍었다.
그날 밤, 집에 돌아와 대회의 결과보다도
머릿속에 맴도는 것은 강변역에서의 그 순간이었다.
그래서 스케치북을 꺼내 찍어두었던
사진을 참고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펜 끝에서 선이 만들어지고, 건물과 다리,
구름 낀 하늘이 점차 모습을 드러냈다.
차가운 철교와 따뜻한 나무들,
그리고 하늘을 수놓은 구름의 대조적인
느낌을 최대한 담아내고 싶었다.
그림을 완성하고 나니 그날의
풍경이 다시금 생생하게 떠올랐다.
딸아이가 뛰어가던 모습,
잠시 멈춰서서 느꼈던 그 묘한 고요함까지.
결국 그날의 가장 인상적인
순간은 인라인 대회도,
대회장까지의 긴 여정도 아닌,
강변역에서의 잠깐의 멈춤이었던 것이다.
때로는 목적지보다 그 길 위에서의
작은 순간들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