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멈추었다.
바람이 없는 날, 나무들은 호수에 제 그림자를 길게 드리웠다.
물은 소리를 삼키고, 아무것도 흐르지 않는다.
작은 배가 물가에 닻을 내리고,
집은 오래된 나무로 지어졌다.
데크는 삭았지만, 사람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발 아래에선 물이 여전히 깊고,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호수는 오직 침묵으로 말한다.
나무들은 줄을 맞춰 서 있다.
멀리서 보면 같은 나무들, 하지만 그 뿌리는 각기 다른 곳을 잡고 있다.
그들은 서서, 아무 말 없이 세월을 견디고 있다.
사람은 지나가지만,
호수는 그대로 남는다.
물 위에 선 그 배는 어디로도 가지 않는다.
여기서는 모든 것이 이미 다 떠나버렸다.
남은 건 그 고요와 나무의 그림자뿐이다.
HAHNEMUHLE 19.9X19.5 SKETCHBOOK
만년필 STAEDTLER TRX476 (NIB size ‘F’)
NOODELER'S INK_BLACK
Textsurfer classic_STAEDTLER
#서우건축사사무소 #어반스케치 #하네뮬레스케치북 #스테들러만년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