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아래, 시간의 흐름

2024.09.11

노란 건물의 담벼락을 타고
하얗게 번진 벚꽃잎들,
바람 한 점에 휘날려
그저 그 자리에서
조용히 떠돌다가
어디론가 흩어진다.
우리가 보지 못한 시간의 결처럼.

오래된 나무는 매년 이 맘때면
제 가지에 꽃을 달고,
그 꽃은 다시 거리 위에 피어나며
이 동네에 지워지지 않을
추억을 덧씌운다.
창가에서 바라보는 사람들,
아련한 미소 속에 담긴 기억들이
벚꽃과 함께 흘러간다.

이곳은 변하지 않겠지.
시간의 흔적만 쌓여가는 공간,
바닥에 깔린 벚꽃은 잠시 눈부시다
사라지겠지만,
그 하얀 파도 속에서
우리가 남긴 발자국은
영원히 그 자리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겠지.

건물과 나무, 그리고 벚꽃.
세월을 견디며 남은 것들 속에서
우리의 봄날은 다시 피어나네.
아주 잠깐,
그러나 영원할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