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봇대들이 낮게 엉킨 전선을 타고,
강원도의 초입은 한숨처럼 낮은 하늘에 걸려 있다.
언덕 너머 산자락이 이어진 곳엔,
오래된 기와와 새로 지은 집들이 함께 눕는다.
그러나 그 사이, 눈에 띄는 건축들이 있다.
사람이 떠난 지 오래된,
아무런 숨결도 느껴지지 않는 건물들.
벽은 색을 잃어가고, 창문은 먼지로 흐려진다.
문 앞엔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나고,
언제부턴가 누구도 그 문을 두드리지 않는다.
죽어가는 건축,
그것은 시간이 남긴 상처이자,
기억의 파편들이 흩어진 자리다.
바람은 느리게, 그러나 끝없이 흘러
마치 기다림을 아는 것처럼
어디론가 서둘러 가지 않는다.
그 죽어가는 건축들은 침묵 속에서
스스로를 내려놓으며,
과거의 시간과 이야기를 고요히 떠나보낸다.
마치 오래된 기억을 더듬는 손길처럼 따스하다가도
낯선 이방인처럼 차갑다.
길가에 주차된 차들의 반짝임,
창문 너머로 보이는 집집마다의 작은 이야기가
한 폭의 수채화처럼 번져나간다.
홍천으로 가는 이 길 위에서
나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풍경을 담는다.
시간은 천천히 흐르고,
사람들은 각자의 하루를 이어가지만
언제나 변하지 않는 그리움처럼
이곳의 길은 나를 부른다.
날렵하게 휘어지는 언덕을 넘으면,
멀리 산봉우리 위에 내려앉는 구름들이
내 마음의 집을 닮았다.
그곳엔 여전히 내가 돌아갈 자리가 남아 있다.
죽어가는 건축의 침묵을 지나,
강원도 홍천으로 가는 길은,
어쩌면 내게 돌아가는 길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