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틈새

2024.09.23

따스한 햇살이 골목을 부드럽게 감싸고, 오래된 기와지붕은 그 아래서 묵묵히 이야기를 품고 있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작은 가게의 창문 너머로 보이는 소품들은 소소한 일상 속의 따뜻함을 전한다.

현대식 건물들이 솟아오른 주변에서도 한옥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마치 세월의 흐름에도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그 시간들을 품으며 그 자리에 서 있는 듯하다. 

기와 하나하나에 배어 있는 시간의 무게, 벽돌 사이에 스며든 삶의 자취들이 고요하게 공기를 가른다.

좁은 계단을 따라 들어가면, 마당에는 작은 나무 한 그루가 잔잔히 흔들리고 있다. 

바람결에 스치는 소리는 마치 오래전 이곳을 지나갔던 사람들의 숨결처럼 부드럽다.

현대와 전통이 교차하는 이 공간은, 분주한 도시의 속도와는 다른 리듬을 지닌다. 

멈춰 선 듯하면서도 흐르고 있는 시간. 바쁜 걸음 사이에 숨겨진 이 한옥은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그들의 삶을 다시금 돌아볼 여유를 준다.

골목에 스며든 평온함은 소리 없이 우리 곁에 찾아와, 현대의 틈 사이로 우리를 고요하게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