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는 오후의 시간 속으로,
한적한 골목은 그날의 햇살을 받아 조용히 눈을 감는다.
오래된 집들이 나란히 서 있는 이곳,
사람들의 발걸음이 닿을 듯 말 듯한 길 위에
낡은 기와와 돌담이 그 자체로 긴 이야기를 품고 있다.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오랜 시간 서 있던 이 골목은
여전히 그 모습을 잃지 않은 채 오늘도 누군가를 맞이하고 있다.
계단 아래로 내려가면 마주하는 작은 마을의 풍경,
잔잔한 바람이 나무 사이를 스치며,
그곳에서만 들을 수 있는 오랜 속삭임을 담아온다.
높은 담벼락 뒤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
창가 너머로 비추는 빛은 벽돌에 따뜻하게 내려앉는다.
시간이 멈춘 듯한 이 골목은 언제나 같은 곳에서
지나가는 이들에게 그리움의 한 조각을 선사한다.
멀리 교회의 종탑이 하늘을 향해 손짓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 종소리가 울려 퍼질 때면,
마을 전체가 그 소리에 맞춰 호흡하는 듯 고요해진다.
나무와 돌, 벽과 창문은 마치 하나의 생명체처럼
이 마을을 감싸며 시간을 초월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낡은 차가 주차된 구석진 곳에서,
이곳은 여전히 지난 발걸음의 흔적을 지켜보며,
누군가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저 집의 창문 아래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어디선가 본 듯하면서도 새로운 감정을 일으킨다.
누군가의 집이었을지 모를 그곳,
작은 테라스에서 내다보는 세상은
바람이 지나가는 골목과 그 너머의 세상으로 이어진다.
이곳은 단지 길이 아니었다.
마음 속 깊은 곳에 남은 기억의 한 조각이 되어,
언제나 다시 돌아와 쉬어갈 수 있는 자리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