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미술 전시회, 그날의 공기는 달랐다.
나뭇가지 사이로 햇살이 얇게 스며들며 주변을 부드럽게 감싸고, 그 앞에서 조용히 펜을 들어 풍경을 담아내기 시작했다.
마치 시간을 멈춰놓은 듯, 건물과 나무, 계단 위의 작은 집들은 고요하게 그 자리에 있었다.
작은 발걸음으로 천천히 전시회장으로 향하는 길,
나는 그림 속에 담긴 시간과 그 순간을 하나하나 놓치지 않으려 애썼다.
길 위에 서 있는 사람도, 나무의 흔들림도, 먼 발치의 자잘한 풍경까지...
모든 것이 조용한 울림으로 내게 다가왔다.
내 스케치 속 풍경은 그 순간을 오래도록 기억하게 할 것이다.
딸이 걸어 나올 그곳, 그녀의 작품이 빛을 발하는 순간,
나는 이 스케치를 들여다보며 그날의 공기를 다시 느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