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얹힌 시간이 고여 있는 곳,
항구에는 배들이 머문다.
세월을 머금은 듯, 천천히 숨을 고르는 듯.
부둣가의 낡은 건물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은 채
햇살 아래 무심히 자리한다.
삐죽하게 솟은 지붕과 고요히 잠든 배들,
푸른 하늘과 잿빛 물결이 어우러진 풍경은
오래된 기억처럼 마음을 덮는다.
떠나려는 마음과 머무르고픈 마음 사이,
항구는 묵묵히 기다린다.
언제일지 모를 다음 출항을,
바다와 대화 나누듯, 가만히.
우리도 그런 때가 있지 않은가.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단단히 닻을 내리고 잠시 쉬어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