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오후, 작은 마을이 그림처럼 놓여 있다.
서걱서걱 흙을 일구는 손길의 흔적이 겹겹이 쌓인 지붕 위로 스며들고,
돌담길을 감싸 안은 겨울 나무들이 빗장을 걸어 잠그듯 서 있다.
햇빛이 잠시 머물다 간 푸른 들녘은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리는 듯 잔잔히 누워 있다가도,
바람이 휙 지나가면 어김없이 흔들린다.
길은 무심히도 곧게 이어지고,
그 끝자락엔 아련한 산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지나가는 시간이 마을의 틈새마다 깃들어,
사람 없는 한낮에도 조용히 숨을 쉰다.
가까이 다가가 귀 기울여 보면,
이 작은 마을의 이야기가,
바람에 실려 멀리멀리 흩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