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빛과 선의 이야기

2025.01.16

골목길의 정경은 언제나 이야기를 품고 있다. 하늘을 가로지르는 구름은 마치 느리게 떠다니는 섬처럼 부유하며, 그 아래로는 무심한 듯 널부러져 있는 전기줄이 길을 따라 나란히 뻗어 있다. 전기줄이 만들어내는 얇은 선들은 하늘과 골목의 공간을 잇는 다리 같기도 하다. 이 선들이 만들어내는 불규칙한 리듬은, 골목길 특유의 어수선한 아름다움을 담아낸다.

 

조경등이 놓여 있는 집 앞은 골목의 또 다른 표정을 더한다. 낮에는 나무와 어우러져 소박한 풍경을 연출하고, 밤이 되면 작은 빛으로 골목을 따뜻하게 밝힌다. 조경등의 불빛은 단순히 빛을 내는 도구가 아니라, 이 골목의 이야기꾼이다. 오랜 시간을 지키며 골목의 변화를 바라보았을 그것은, 이곳을 오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골목길 양쪽에 자리 잡은 집들은 저마다의 표정을 짓고 있다. 오래된 지붕과 작은 발코니는 마치 시간의 흔적을 말없이 품고 있는 듯하다. 창문 너머로 보일 듯 말 듯한 실내의 풍경은, 안과 밖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유지하며 이 골목길에 더욱 많은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문득 발길을 멈추고 싶은 순간이 찾아온다. 그 순간, 하늘의 구름이 조금 더 낮게 내려와 전기줄에 걸려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된다. 이 골목의 풍경은 단순한 장소가 아니다. 그것은 시간과 공간이 엮여 만들어낸 무형의 이야기가 담긴 캔버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