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 미술관에서의 기억, 펜 끝에 담긴 이야기

2025.01.25

딸과 함께했던 모란 미술관의 하루는 마음 한구석에 오래도록 자리 잡은 특별한 기억이다. 산들바람과 부드러운 햇살이 가득했던 그 날, 우리는 조용히 걸으며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미술관 앞의 정원에서 잠시 쉬던 순간, 딸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엄마, 우리가 여기 있는 이 순간이 꼭 그림 같아." 그 한마디가 마음 깊이 새겨졌다.

 

그날의 풍경을 스케치로 담아내고 싶었지만, 그 자리에서는 마음에 담기는 순간을 카메라에 기록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집으로 돌아온 뒤, 사진 속에 담긴 미술관의 정원과 나무들, 그리고 그날의 감정을 떠올리며 조심스레 펜을 들었다. 펜 끝이 사진 속 장면을 따라가면서도, 기억 속 감정을 더해 나갔다.

 

펜의 두께는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도구 이상의 역할을 했다. 얇은 펜촉으로는 잎사귀와 세부적인 윤곽을 그리며 순간의 섬세함을 표현했고, 굵은 펜촉으로는 나무의 줄기와 그림자의 깊이를 담아냈다. 두께의 변화는 단조로운 장면에 생동감을 더했고, 그림은 점점 더 풍부한 이야기와 감정으로 채워졌다.

 

사진 속 풍경을 따라가는 손끝에서, 나는 그날의 소리와 공기, 딸과 나눴던 대화들까지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얇은 펜촉은 딸과 나눈 잔잔한 대화를 닮아 있었고, 굵은 펜촉은 우리가 함께한 시간의 무게를 품고 있었다. 펜 두께의 조화는 단순히 기술적인 표현에 머무르지 않고, 기억을 담아내는 새로운 과정으로 완성되었다.

 

그날의 풍경을 다시금 펜 끝으로 되새기며, 나는 딸과 함께한 시간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그리고 그런 순간들이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하는지를 깨달았다. 내가 그린 그림은 단순한 풍경의 재현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나눈 시간의 기록이자, 펜 끝에서 피어난 감정의 흔적이었다.